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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현장에 속속 도입되는 4차 산업혁명 기술
2018/05/12


[매일경제]

[Science &] 의료현장에 속속 도입되는 4차 산업혁명 기술

김윤진 입력 2018.05.11. 15:42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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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3D 수술 시뮬레이션 증강현실 3D프린팅..
AI가 진단하고 칼 안대고도 몸안 훤히 들여다보고..

[[사진 제공 = 마이크로소프트홀로렌즈]]

[사진 제공 = 마이크로소프트홀로렌즈]
"수술방 안에는 삶과 죽음만 있다. 무승부는 없다."

국내 중증외상치료 권위자인 이국종 교수(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의 말이다. 이처럼 응급실에는 수시로 삶과 죽음이 교차한다. 의료진 손끝 하나에 환자가 생사의 갈림길을 오가기도 하고, 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의료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수백 번 집도했던 수술일지라도 이번 환자는 늘 처음일 수밖에 없기에 수술방에 들어선 순간 '실전'만 있을 뿐 '연습'은 없다. 하지만 환자에게 꼭 들어맞는 치료법과 각종 변수를 미리 숙지하고 메스를 든다면 수술실 상황을 더 잘 통제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인공지능(AI)에 기반한 3D 수술 시뮬레이션,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3D프린팅 등 4차 산업혁명발 기술 혁신으로 더 완벽한 수술을 위한 사전 리허설까지 가능해지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AI를 기반으로 한 3D 수술 시뮬레이션은 더 이상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환자의 자기공명영상(MRI)과 컴퓨터단층촬영(CT) 이미지를 3D로 구현하고 AI가 질병을 진단·수술을 계획하는 소프트웨어가 실제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김영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팀과 정석원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교수팀은 어깨 MRI를 바탕으로 어깨 회전근개 3차원 모델링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AI 3D 어깨 회전근개 파열 진단 기술을 연구해 회전근개 파열 여부를 자동으로 정확히 진단해 주는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공동 연구팀에 따르면 수천 명의 회전근개 파열 환자 데이터와 정상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내린 어깨 회전근개 파열 자동 진단 정확도는 95%에 달한다. 전문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김 박사는 "2차원 단면 영상들의 조합이 아닌 3차원 영상 전체를 처리하고 질병 부위를 3차원적으로 가시화해주는 기술"이라며 "이번에 개발한 AI 3차원 소프트웨어는 CT나 MRI 데이터를 활용하는 대부분 질환에 응용 가능한 기술로 파급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팀이 개발한 3차원 수술 소프트웨어는 정형외과를 시작으로 성형외과와 치과 등 뼈와 관련된 수술에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종양으로 턱뼈를 잃은 환자 재건수술이 대표적이다. 구강암 환자의 종양을 제거할 경우 원형을 복원해주지 않으면 아예 음식물 등을 씹지 못하기 때문에 반드시 턱뼈를 재건해야 한다. 이때 주로 평소에 잘 쓰이지 않는 다리뼈, 엉덩이뼈와 뼈 주변 혈관, 근육, 피부를 복합적으로 이식하는 수술을 한다. 이 같은 수술을 실제로 하려면 준비 시간만 일주일 이상 걸리고 실제 수술도 10시간 이상 소요될 만큼 난도가 높다.

그런데 이정우 경희대 구강악안면외과 교수팀이 개발한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준비부터 수술까지 하루 만에 뚝딱 처리할 수 있다. 해당 환자의 3차원 이미지를 보고 마치 수술을 하는 것처럼 어디를 절단할지 미리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다. 이 같은 가상수술 경험을 실제 수술에 그대로 재현하기 위한 기구(수술 가이드)를 3D프린터로 설계해 출력할 수 있다. 3차원 모델 오류 수정 등 최신 형상 모델 처리기술까지 동원하면 환자 턱을 완벽에 가깝게 수술할 수 있다. 김 박사는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구강악안면외과뿐만 아니라 뼈를 절단하는 수술, 양악이나 얼굴 윤곽 수술 등에 모두 적용할 수 있다"며 "수술에 숙달된 최고 전문의가 아니더라도 시뮬레이션을 통해 수술 성공률을 높이고 수술·준비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팀과 최종우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팀은 눈을 둘러싼 뼈인 안와 골절 재건 전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환자 맞춤형 수술 보형물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3차원 CT에서 안와 골절 부위를 자동으로 추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44초에 불과했다. 기존에 100장이 넘는 CT 단면 영상으로 일일이 수동으로 그릴 때 30~40분 가까이 걸리던 일을 1분도 채 안 돼 완성한 것이다. 이후 골절되지 않은 부위를 거울처럼 좌우 반전시킨 뒤 손상된 골절 부위를 자동으로 정확히 찾아낸다. 다음으로는 그 부위를 메울 수 있도록 체내 이식이 가능한 환자 맞춤형 보형물을 3D프린터로 출력한다. 미세한 구멍이 뚫려 있는 이 보형물을 골절 부위에 넣으면 뼈와 혈관 조직이 엉겨 붙으면서 눈 주변이 과거 모습을 되찾게 된다.

콧대를 높이는 수술이나, 라식·라섹 수술 등 미용 목적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박은수·최임돈 순천향대병원 성형외과 교수팀은 3D 시뮬레이션을 통해 성형수술을 할 때 코에 넣는 보형물이 최대한 자연스러워지도록 만드는 데 활용했다. 자칫 보형물이 비치거나 움직여 코 모양이 부자연스럽거나 휘어 보일 수 있는데 3D프린팅으로 뼈와 연골 원형에 꼭 맞는 틀(거푸집)을 출력해 맞춤형 실리콘 보형물을 찍어냄으로써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김 박사는 "최근에는 시력교정수술을 계획하는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라식·라섹 수술 등을 한 환자 데이터가 풍부하게 쌓여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술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와 함께 VR·AR 기술도 의료계 모습을 크게 바꿔놓고 있다. VR는 가상의 환경을 컴퓨터로 구현해 사용자가 실제처럼 느끼게 하고, AR는 눈으로 보이는 현실 이미지에 가상 이미지를 겹쳐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준다는 차이가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전 세계 의료용 VR·AR 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각각 10억9000만달러, 6억9420만달러에 달한다. 내년이면 각각 42억9250만달러, 22억3000만달러로 4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걸음마 단계지만 국외에서는 벌써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다. 최근 캐나다 앨버타대 의대 연구진은 '프로젝트 DR(project DR)'란 이름의 AR 기술을 공개했다. X선이나 CT, MRI 영상을 입체적으로 환자 몸 위에 겹쳐 보이게 하는 기술이다. 지난해 11월 스웨덴 고센버그에서 열린 '가상현실 소프트웨어 및 기술 심포지엄'에서 처음 선보인 이 시스템은 의사가 환자를 개복하지 않고도 몸 안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준다. 환자가 움찔하거나 뒤척이더라도 영상이 따라 움직이면서 몸 안의 해부학적 구조를 외부에 비춰준다.

아직 시범 연구가 많지만 상용화도 상당히 진전됐다. 지난해 8월 미국 미니애폴리스 매소닉 어린이병원은 VR를 활용해 샴쌍둥이를 분리하는 수술을 성공리에 끝냈다. 쌍둥이 심장과 간을 이등분해 갈라야 하는 고난도 수술에서 의료진은 쌍둥이 몸을 정교하게 가상화(virtualize)한 뒤 수술 계획을 수립했다. 수술에 참여했던 앤서니 아자키 박사는 "VR 기술이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수술 준비뿐만 아니라 실제 실행에 옮기는 단계에서도 AR 유용성이 증명되고 있다. 수술 중 집도의가 참고해야 할 환자 생체 정보를 수술용 고글이나 글라스 전면에 제공함으로써 시선을 돌리더라도 신체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일본 정보기술(IT) 기업 엡손과 미국 실리콘밸리의 이베나 메디컬(Evena Medical)이 공동 개발한 '스마트 글라스 아이즈-온(Eyes-On)'을 쓰면 환자 피부 속 혈액 흐름을 투시하듯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어린아이나 노인처럼 혈관을 찾기 어려운 경우에도 이 글라스를 쓰면 혈관이 진하게 표시돼 주삿바늘을 여러 번 찌르는 시행착오 없이 정확한 위치에 정맥주사를 놓을 수 있다. 

복부에 작은 구멍을 3~4개 내고 그 안으로 긴 수술 도구를 집어넣는 복강경 수술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복강경 수술은 수술 난도가 높아 반복적이고 체계적인 기술 연마가 필요하다. 또 대개 긴 막대로 조종하다 보니 손끝 감각이 떨어지거나 끄트머리 움직임을 민감하게 통제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가상 수술 훈련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수시로 리허설을 하고 이를 통해 수술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또 압력·진동 등 만지는 느낌을 살려주는 햅틱 기구는 수술 도구가 장기에 닿았을 때 튕겨 나오는 반발력까지 재현해준다. 디지털 기기에 밀고 당기는 '손맛'을 되살려주는 것이다. 잘라야 할 혈관이라든지 종양, 신경 위치를 VR로 신체 위에 겹쳐 보여주는 기술은 실시간으로 수술 가이드까지 제공한다. 

■ 교육·재활치료에도 진가 발휘

4차 산업혁명발 의료 기술 혁신은 일선 교육이나 재활 현장에서도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가깝게는 의사와 학생 대상 교육 현장부터 달라지고 있다. 시뮬레이션이나 가상현실(VR) 기반 훈련은 환자에게 피해를 주거나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학생들이 중요한 의료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3D4메디칼'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 실제 시신을 해부하지 않고도 가상의 뼈나 근육, 관절을 구부리고 잘라가면서 실습을 진행할 수 있다. 3D 모델링을 띄워놓고 펜슬을 이용해 직접 데이터를 변형할 수도 있고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은 장기나 뼈는 꺼내서 따로 펼쳐놓고 힘줄 하나하나 움직임까지도 정밀하게 보고 만질 수 있다. 최형진 서울대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는 이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 해부 교육을 3년 전부터 진행하고 있다. 뇌, 심장, 뼈 등의 신경, 근육, 피부 등 가상 신체 3D모형을 3D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자유롭게 관찰·편집하고 3D프린팅으로 출력해 만져보고 VR·증강현실(AR) 공간에 띄워 관찰하는 것은 물론 수술시뮬레이터로 직접 수술까지 체험할 수 있다.

또 수술실에서 경험 많은 의사의 집도 장면을 지켜볼 수 있는 인원은 한정돼 있지만 VR 카메라와 영상을 통해 전 세계 모든 학생들이 생생한 학습을 할 수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는 2002년부터 AR와 VR 기반 내시경 부비강 수술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학생들의 심리적 장벽을 없애고 자신감을 길러주고 있다. 환자 재활이나 회복 등에도 활용된다. VR로 아예 뇌에 자극을 줘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뇌 질환 진단, 뇌졸중이나 외상으로 인한 뇌 손상 환자 회복에도 활용되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퀄컴은 지난해 10월 의료훈련용 VR 시제품 '스냅드래건(Snap dragon)'을 공개했다. 의사가 뇌졸중 전조 증상인 얼굴 떨림이나 감각 마비, 발음 이상 등을 빠르게 포착해 진단할 수 있도록 숙달시켜준다.

국내 벤처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네오팩트'도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재활 치료를 돕고 있다. 네오팩트는 최근 삼성서울병원 김연희 교수팀과 함께 뇌졸중이나 치매 등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환자를 위한 인지 재활 프로그램 '라파엘 컴커그'를 개발해 출시했다. 총 20종의 게임 콘텐츠를 통해 뇌에 자극을 주면 주의력·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 할레 딤스데일주커 신경과학 연구원은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에 "VR는 각기 다른 종류의 기억을 연상시키고 뇌 속 해마의 개별 부위를 자극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재활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심리적 장벽 극복을 돕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기술도 나오고 있다. 스위스 마인드메이즈가 제작한 마인드모션프로(MindMotionPro)는 시청각 자료를 활용해 환자가 VR 공간에서 팔을 들거나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을 연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김재진 교수팀이 개발한 VR 프로그램은 대중 스피치에 대한 공포를 가진 환자들이 많은 관중 앞에 서는 훈련을 하면서 두려움을 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고소공포증 환자에게 높이 날아오르는 가상 경험을 제공한다든지, 폐쇄공포증 환자에게 밀폐된 곳에 갇혀 있는 가상 체험을 시키는 프로그램도 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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