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美 듀크대, 원숭이 3마리 뇌 연결해 가상 로봇 팔 조작 성공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에서 교통사고로 다리가 마비된 환자에게 엑소스켈레턴(외골격) 슈트를 입혀 시축을 성공시켰던 미겔 니코렐리스 미국 듀크대 신경과학과 교수팀이 이번에는 원숭이 3마리의 뇌를 연결해 가상의 로봇 팔을 정교하게 움직이게 하는 데 성공했다. 원숭이 3마리의 뇌를 서로 연결했다는 의미로 이 시스템에는 ‘브레인넷(Brainet)’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연구진은 사전 실험으로 쥐 3, 4마리의 뇌를 연결해 간단한 임무를 수행하게 한 뒤 그 결과를 3월 논문으로 발표했다. 실험 성공으로 브레인넷의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진은 이번에 영장류에 속하는 원숭이 3마리의 뇌를 연결해 좀 더 복잡한 임무에 도전하게 했다.
먼저 원숭이 3마리의 뇌에서 움직임을 담당하는 부위에 전극을 붙였다. 이 전극은 원숭이가 몸을 움직이거나 움직이겠다고 생각할 때 발생하는 뇌의 신호를 받아들이는 역할을 맡았다. 이어서 원숭이 3마리를 서로 볼 수 없는 독립된 공간에 한 마리씩 넣고, 화면에 가상의 원숭이 팔을 띄운 뒤 원숭이들이 이 팔을 조종해 움직이는 물체를 만지는 임무를 수행하게 했다.
가상의 팔은 3차원 모든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지만, 원숭이는 동서남북 또는 상하좌우 등 2차원으로만 조종할 수 있게 했다. 원숭이 3마리가 합심해야만 가상의 팔을 움직여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연구진은 원숭이 중 한 마리라도 조종을 포기하거나 양보할 경우 브레인넷이 움직이지 않도록 설계했다. 또 한 원숭이가 제대로 조종하지 못하면 다른 원숭이가 조종을 도울 수 있도록 했다.
원숭이들은 7주 정도 훈련을 받자 목표물을 만지는 데 익숙한 수준까지 도달했다. 니코렐리스 교수는 “뇌와 뇌를 연결해 컴퓨터를 조작한 첫 성공 사례”라면서 “이 기술은 곧 임상시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창환 한양대 생체공학과 교수는 “브레인넷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뇌를 연결하면 신경재활 훈련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폐증처럼 소통에 장애가 있는 환자를 치료하는 데도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네이처’ 온라인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9일 자에 실렸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