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밝혀진 '뇌 지도'…인공지능 신경망, 뇌기능 탐색 활용
<a class="u_likeit_btn off" href="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15&aid=0003562971#" "="" data-cke-saved-href="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15&aid=0003562971#">국내 뇌 연구자들에게 묻는 '인공지능의 미래'
아직은 뇌 메커니즘 모방에 불과
인공지능 활용 '가상의 뇌' 만들땐 베일에 싸인 인간의 뇌 연구 가능
[ 박근태 기자 ]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는 인간 바둑 최고수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3연승을 거두며 돌풍을 일으켰다. 사람의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때마침 14~20일 국내에서는 한국뇌연구협회와 한국뇌연구원이 뇌 연구의 중요성을 알리는 ‘세계 뇌 주간’ 행사를 연다. 한국 뇌 연구자들에게 뇌연구와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인공지능 영감 준 뇌, 고작 1%만 규명
아직은 뇌 메커니즘 모방에 불과 인공지능 활용 '가상의 뇌' 만들땐 베일에 싸인 인간의 뇌 연구 가능최근 뇌 연구의 트렌드는 치매, 간질 등 뇌 질환을 극복하는 연구에서 벗어나 기억과 감정 등 뇌 안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현상을 규명하는 쪽으로 확대되고 있다. 뇌는 약 1000억개 신경세포와 이들이 촘촘히 연결된 1000조개가 넘는 시냅스(신경세포 연결)로 구성된다. 신경세포들은 뇌 전체에 분포하면서 감각을 느끼고, 학습 및 고차원 사고를 담당하고 있다.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의 학습방식인 딥러닝은 여러 신경 세포의 연결을 통해 학습하는 뇌의 메커니즘을 모방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학습 기능은 뇌의 극히 일부 기능에 불과하다. 뇌 과학자들은 인류가 아는 뇌는 고작 1%도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뇌는 어떤 신경세포끼리 짝을 맺느냐에 따라 기능이 달라진다. 말을 알아듣고 꿈을 꾸고 사진 한 장만 봐도 훗날 고양이인지 개인지 구별하는 학습능력 등 대부분의 기능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강봉균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현재 뇌 연구 수준은 전체 지하철에서 노선과 역의 위치를 파악한 수준에 머무는 정도”라며 “뇌의 신비가 추가로 밝혀지면 인공지능은 학습 기능에 이어 다른 형태의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뇌 기초 연구서 인공지능 영감 얻어야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퀴즈와 체스에 이어 바둑을 제패한 인공지능의 발전을 위해 인간 뇌를 모방하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뇌 연구자들은 이런 주장이 어불성설이라고 꼬집는다. 알파고만 해도 스스로 실력을 쌓는 데 활용되는 딥러닝과 강화학습 알고리즘은 뇌와 심리 연구에서 왔다. 알파고의 강화학습은 100년 전 미국 심리학자 에드워드 손다이크가 제창한 효과의 법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손다이크는 사람이나 동물은 수많은 시도와 실패를 반복하며 새로운 행동을 학습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알파고 역시 2개가 서로 대결하면서 알게 모르게 얻은 강화된 경험이 인간의 직관처럼 보였다고 평가한다. 최준식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학습 알고리즘 분야에서 미국에 2년 넘게 뒤처진 만큼 새로운 뇌 기초연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인공지능의 새 분야를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중국이 별도로 뇌연구를 국가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아직은 혼자 학습 못하는 인공지능
알파고 제작사인 딥마인드 데미스 하사비스 대표는 범용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개발된 인공지능은 대부분 퀴즈와 체스, 바둑 경기라는 특정 목적에 최적화한 ‘약한 인공지능’이다. IBM 왓슨 역시 빅데이터를 분석해 의료 진단이나 법률 서비스에 활용되지만 사람과는 한참 멀다. 반면 사람은 혼자서 새로운 것을 학습하고 다양한 일을 수행할 수 있다.
뇌 과학자들은 그러려면 인공지능이 지금보다 훨씬 인지기능이 강해져야 한다고 평가한다. 지금도 컴퓨터가 사람의 감정을 알아내려면 한 사람의 감정을 담은 사진을 1000장 이상 분석해야 겨우 맞출 수 있다. 사진 한 장만으로 감정을 알아내는 사람과 사뭇 다르다. 이수영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똑같은 소리를 들어도 사람은 당시 감정에 따라 화를 내기도, 웃기도 한다”며 “이는 동일한 입력에 동일하게만 반응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앞으로 인간과 공감하기 위해 꼭 확보해야 할 기술”이라고 말했다. 인간은 1000억개 뉴런으로 추론과 직관, 창의성과 같은 고도의 사고를 하는 데 20W 에너지가 든다. 하지만 알파고는 바둑만 두는 데 중앙처리장치(CPU) 1202개를 사용해 이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쓴다. 임창환 한양대 생체공학과 교수는 “에너지 효율성 문제는 인공지능이 사람 뇌를 따라오기 어려운 가장 어려운 분야”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뇌 과학 연구의 강력한 도구
과학자들은 알파고와의 대국을 통해 뇌 연구와 인공지능 연구의 상생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뇌와 비슷한 수준의 계산 능력을 발휘하게 된 건 빅데이터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이 크게 개선된 2000년대 들어서다. 뇌 과학자들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가상의 뇌를 만들어 그간 베일에 가려진 뇌 기능을 모사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 교수는 “인공지능의 신경망은 사람과 달리 확장할 수 있어 뇌 기능을 탐색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며 “이번 알파고와의 대국을 통해 인공지능이 미지의 뇌 연구에 필요한 강력한 도구라는 사실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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