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 바이오메디컬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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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뛰어넘는 AI, 질병 진단부터 치료까지…의사 대체하나
2016/09/17

인간 뛰어넘는 AI, 질병 진단부터 치료까지…의사 대체하나
방대한 데이터 분석 사람보다 신속·정확…발전 가능성 커
[기사입력 2016-09-16 15:45]

멀지 않은 미래의 어느 날. 폐암 2기 판정을 받은 박성수(가명·65세) 씨는 큰 좌절감에 빠졌다.

동네 병·의원뿐만 아니라 중소병원, 대학병원까지 찾아다녔지만, 의사마다 치료법이 달라 혼란만 가중됐다. 수술을 권유하는 의사도 있고 항암치료 또는 방사선치료를 추천받기도 했다.

'의료 전문가'가 아닌 박 씨는 어떤 치료법이 최우선인지 판단할 길이 없었다. 불안한 마음에 인터넷을 뒤져보니 출처를 알 수 없는 민간요법과 같은 정보가 넘쳐났지만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았다.

그러던 중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Watson for Oncology)을 암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는 대학병원을 접하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 갔다.

기존에 찾았던 병원의 진료방식과 달리 박 씨는 '왓슨 전문 코디네이터'를 먼저 만났다.

전문 코디네이터는 박 씨에게 키·몸무게와 같은 기초적인 신체정보부터 가족병력, 복용해 온 약, 다른 질환 여부 등 세부적인 의무기록을 꼼꼼하게 점검했다. 이 데이터들은 고스란히 왓슨에 입력됐다.

며칠 후 예약날짜에 맞춰 종양학과 교수와 만난 박 씨는 진료실에서 상담을 시작했다.

입력된 박 씨의 데이터 분석은 약 20초 만에 마무리됐으며 왓슨과 연결된 모니터에는 3가지 최적의 치료법과 그에 따른 부작용, 그리고 추천하지 않는 치료법 목록까지 표기됐다.

의사는 왓슨에서 나온 분석결과를 토대로 박 씨에게 각 치료법의 장단점을 설명하고 어떤 진료방식을 선호하는지 같이 고민했다.

암 치료 부작용으로 평소 탈모를 걱정해 온 박 씨는 병원을 자주 방문해도 좋으니 탈모 증상을 최소화하는 치료법을 선택하자고 의사에게 요청했다.

이상은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으로 대표되는 의료분야 인공지능이 암 치료 현장에서 실제 사용됐을 때를 가정한 모습이다. 다친 사람을 로봇이 진단하고 수술까지 말끔하게 하는 공상과학(SF) 영화의 한 장면을 멀지 않은 미래에 기대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인간의 생명과 목숨을 다루는 의료 분야 특성으로 인해 아직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인공지능은 실제 진료현장에서 활용되기 시작했다.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를 고려했을 때 공상과학 영화에서 처럼 현실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예측도 나온다.

올해 3월 이세돌 9단과의 '세기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해 주목받았던 구글 슈퍼컴퓨터 알파고는 인공지능이 머나먼 미래가 아니란 사실을 각인시켜준 역사적 사건으로 꼽힌다.

실제로 구글 알파고 말고도 IBM이 개발한 또 다른 슈퍼컴퓨터 왓슨은 이미 미국에서 암 환자 데이터 분석에 활용되고 있다. 왓슨은 오늘 10월 중순부터 국내 한 대학병원의 진료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16일 의료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습득하고 거기에 따른 결과를 불과 수십 초 만에 내놓기 때문에 질병 조기진단을 비롯해 최적의 치료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대표적인 예로 왓슨은 전 세계 300개 이상의 의학 학술지와 200개 이상의 의학 교과서를 포함해 무려 1500만 페이지에 달하는 의료 정보가 입력됐다.

인간이 습득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정보를 왓슨은 이미 자가학습능력 등을 통해 자기 것으로 만들어놓은 상태다.

왓슨 개발에 참여한 미국 메모리얼 슬론 캐터링 암센터 마크 크리스 박사는 "암과 같은 질병의 조기진단을 비롯해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하는데 왓슨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크 박사는 "왓슨에서 나온 결과를 보고 의사와 환자가 같이 본인의 몸 상태에 맞는 치료법을 고민할 수 있다는 부분도 인공지능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인공지능에 대한 의사들의 전망은 내과·외과 등 진료과별로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질병의 조기진단 및 약 처방 등에서는 일정 부분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수술실에서는 아직 오작동 같은 부작용이 우려돼 도입이 쉽지 않다.

서울대병원 외과 노동영 교수는 "인공지능이 빅데이터 분석에는 조금씩 활용 영역을 넓혀가고 있지만, 외과 분야만큼은 아직 크게 접목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대병원 정형외과 문영래 교수 역시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 관리에 가장 먼저 인공지능이 도입되지 않을까 싶다"며 "외과적 수술의 경우 점 빼기 등 가벼운 시술에 적용할 수 있겠지만, 고난도 수술에 활용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비슷한 견해를 내놓았다.

또 인공지능이 '의료진의 도우미' 역할을 하는 데는 충분한 기능을 할 수 있지만, 아예 의사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이런 분석은 왓슨을 개발한 IBM 측에서도 동의했다.

IBM 왓슨 헬스종양학 및 유전학 로버트메르켈 글로벌 총괄 사장은 "아직 왓슨은 진료현장에서 의사의 판단과 치료법 결정에 대한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할 뿐"이라며 "왓슨을 활용해 의사가 환자 진료에만 집중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혁신으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가천대길병원 이언 인공지능기반 정밀의료추진 사업단장은 "치료법 결정에 대한 최종 결정권자는 '인간 의사'일 수밖에 없다"며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내비게이션이 가장 빠른 길 몇 가지를 제공해줄 수 있지만, 어느 길로 갈지 의사 결정하는 것은 결국 운전자의 몫"이라고 설명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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