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 만에 복원한 목소리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뇌에 전극을 이식해 정상적으로 대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14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루게릭병은 운동을 담당하는 영역의 뇌세포가 조금씩 사멸하면서 서서히 움직일 수 없게 되는 뇌질환이다. 이번에 전극을 이식받은 케이시 해럴 씨(45)는 5년 전에 루게릭병 증상이 나타났고, 현재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고 말도 못 하는 상태다.
연구진은 환자의 두개골에 구멍을 내고 언어를 담당하는 뇌 영역 피질에 256개의 전극을 심었다. 여기에는 페이팔의 창업자 틸이 투자한 미국의 뇌 임플란트 개발 기업 블랙록 뉴로테크의 기술이 사용됐다.
연구진은 전극에서 오는 뇌 신호를 분석해 단어와 문장으로 변환했다. 그러고 나서 환자의 목소리를 학습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문장을 환자의 음성으로 바꿨다. 해럴 씨는 “내 목소리와 매우 흡사하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옆에 있던 가족들도 함께 울었다.
블랙록의 뇌 임플란트는 해럴 씨에게 이식된 후 8개월 동안 97.5%의 정확도를 유지했다. 연구진은 “건강한 사람이 문단을 소리내어 읽을 때 단어 오류율 역시 1∼2%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굉장히 정확한 수준”이라고 했다.
● 2030년 5조 원대 시장으로 성장 전망
해럴 씨의 머리에 꽂힌 전극 연결 부위 모습이다. 뇌 임플란트는 두개골을 뚫고 전극을 삽입해 뇌의 신호를 읽어들이는 기술이다.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 헬스 제공전문가들은 의학 기술과 AI 발전으로 뇌 임플란트 기술이 앞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재관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는 “10여 년 전부터 뇌의 신호를 읽으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최근 뇌 신호를 분석하는 속도가 매우 빨라지는 등 기술력이 크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기업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블랙록 뉴로테크뿐 아니라 머스크 CEO가 창업한 뉴럴링크 역시 뇌 임플란트 상업화를 위한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뉴럴링크는 올해 1월 첫 환자에 이어 이달 초 두 번째 환자에게 뇌 임플란트를 실시했고, 환자가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하는 데 성공했다. 뉴럴링크 역시 두개골에 구멍을 뚫고 전극을 삽입하는데, 총 1024개의 전극을 사용한다. 뉴럴링크는 연내 8명의 환자에게 추가적으로 전극을 이식할 계획이다.
베이조스 아마존 의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투자한 싱크론도 대규모 임상 시험을 준비 중이다. 싱크론은 두 회사와는 다르게 두개골을 뚫지 않고 뇌경색 환자나 심근경색 환자에게 시술하는 스텐트를 이용한다. 뇌 혈관에 스텐트를 설치하고 스텐트 내 전극을 이용해 뇌 신호를 읽어들이는 원리다. 뇌에서 직접 신호를 받는 것보다는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외과적인 수술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뇌 임플란트 시장 규모는 2022년 17억1000만 달러(약 2조3200억 원)에서 2030년 40억 달러(약 5조430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11.2%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