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메디컬공학이 다루는 학문 분야는 병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각종 진단 및 치료 기기의 개발뿐 만 아니라 인공 심장, 인공 귀 등의 인공 장기에 대한 연구, 막대한 양의 환자 및 유전자에 대한 정보를 처리하는 생명 의료 정보 분야, 그리고 21세기의 블루칩으로 불리는 뇌공학 분야 등이다. 바이오메디컬공학이 적용되는 분야는 거의 모든 임상 및 기초의학 분야이며, 이에 필요한 요소 기술은 거의 모든 공학 및 자연과학 분야를 포함하고 있는 아주 폭넓은 학문 분야이다. 본 바이오메디컬공학에서는 이러한 폭넓은 학문 분야 중에서 생체계측 및 센서, 생체영상 분석, 생체정보, 나노 바이오 기술, 뇌신경공학, 의광학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의학과 공학을 겸비한 전문적인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인재 양성을 통해, 미래의 핵심 첨단기술로 부상하는 정보통신 기술 및 나노 기술을 생명과학 기술에 융합함으로써 첨단 바이오메디컬공학분야에 대한 기초 지식을 쌓고, 이를 바탕으로 21세기의 과학 및 산업을 이끌고 갈 막대한 기술적 산업적 잠재력을 가진 바이오메디컬공학 분야의 과학기술 및 의료기기 산업발전에 기여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본 전공에서는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공학인을 양성하기 위하여 각종 실험실습 시설을 완비하여 실무적인 실습교육을 강화하고 있으며 각 분야별 응용생체전자공학연구실, 전산뇌영상분석연구실, 계산신경공학연구실, 나노생체재료연구실, 마이크로나노공학연구실, 뇌공학및신경조절연구실, 신경정보시스템연구실, 스마트u-헬스케어연구실 등이 있다.
20세기까지 과학의 발전은 각 학문 분야의 개념 정립, 원리 규명, 규명된 원리의 적용 및 산업화로 대변할 수 있다. 21세기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기존의 학문 분야의 틀을 깨는 새로운 기술 분야가 대두되고 있는데, 소위 BT(생명과학 기술), IT(정보통신 기술), NT(나노 기술), ET(환경 기술), ST(우주과학 기술), CT(문화 기술) 등의 6T가 바로 그것이다. 더불어 이러한 새로운 분야의 기술들이 합쳐진 융합 기술(fusion technology)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그림 2) 연필과 비교한 바이오센서의 실제 크기 (左) 와 나노 바이오센서를 이용한 혈액 분석 장비 (右).
향후 과학 기술의 연구는 인간 생명과 관련된 분야에 집중될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특히 과학 영역 상호간의 경계가 무너질 것이라 예상되는데, 예로 21세기 주요 연구 분야의 하나인 뇌(腦) 연구의 경우 의학은 물론 분자생물학, 컴퓨터, 전기전자, 심리학까지 총 동원되어야 하는 분야임이 잘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유전체, 질환의 진단 및 치료, 인간형 로봇 등의 연구에서 각 개별 기술들의 접목은 이제 필수적이라 할 수 있으며, 특히 생명과학 기술, 정보통신 기술 및 나노 기술의 접목은 21세기의 새로운 과학기술 및 산업 분야의 중요한 이슈이기도 하다.
미래에 예상되는 의료 수요는 인구의 고령화로 인하여 고령 인구에 집중되는 선진국형의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의료서비스 시장의 개편이 불가피 할 것이다. 고령층의 의료 서비스 수요는 만성질환이 많고, 소득이 없거나 자식들과 떨어져 사는 노인층이 늘어난다는 점을 의미하므로 국가의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에 따라 노인 계층을 위한 실버산업 및 관련 기술에 대한 요구는 증가되고 있으나 산업 및 기술 개발이 수요 요구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노인 계층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이들이 독립적이고 생산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술과 관련 산업의 개발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림 3) 실시간 영상 유도 뇌정위 수술: 질환 부위에 대한 디지털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환부의 정확한 위치를 수술용 로봇을 이용하여 수술한다.
또한 인간지놈 분석에 따른 개인별 유전자에 맞는 치료가 현실화되면 질병 치료는 줄어드는 반면 예방 차원의 의료는 늘어나게 된다. 특히 예방 차원의 진료는 의사가 아니더라도 가능해지는데 의사 개인의 의술과 함께 고가의 장비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가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즉 장비 의존형 의료가 늘어나고 있어 향후에는 진단을 하는 의사와 장비를 다루는 수술사 등으로 직업이 전문화되는 등 첨단 기술에 대한 수요와 필요성은 점차 증가할 것이다.
생체 공학과 관련한 융합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연구 및 교육 프로그램이 절실히 필요하다. 융합기술에 대한 국가적인 연구 및 개발은 과학기술부 등 국가 부처에서 현재 추진 중에 있으나, 융합 기술에 필요한 인력 양성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은 국내 대학에서는 아직까지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일부 대학에서 생물정보학, 나노생물학 등의 융합기술 분야의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단계이며, 각 기술 분야의 출연연구소간의 공동연구를 추진 중이나 융합기술의 전문 연구자가 부족한 실정이다.
약 10년 후에는 생체 공학 기술의 결과물에 의한 시장 (예를 들어 Bio-Sensor, Bio-Chip, Nano-Informatics, Bio-MEMS 등)은 수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이러한 엄청난 기술적, 인력적 수요가 있는 융합기술 분야의 전문가를 체계적으로 양성할 프로그램이 부족한 상태이다. 이러한 새로운 기술 분야를 어떻게 체계적으로 가르칠 것인가가 우리에게는 미루어서는 안 되는 큰 숙제라고 할 수 있다.
바이오메디컬공학에서 나노 기술이 적용되는 분야는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나노 바이오칩, 나노 바이오센서, 나노 바이오 거동 분석 등을 연구하는 진단 기술 분야이다. 나노 바이오칩은 작은 기판위에 DNA, 단백질 등의 생물 분자를 결합시켜 유전자 결함, 단백질 반응 양상 등을 분석하는 생물학적 마이크로 칩으로 신약 개발, 임상 진단 등의 분야에 사용된다. 나노 바이오센서는 나노 감지 소자 및 나노 변환기가 조립된 극소형의 바이오센서로 최소 침습형 실시간 진단 센서, 단일세포 분석 센서 등에 사용될 수 있다. 또한 나노 바이오 거동 분석이란 나노 단위 현상들에 대한 응용을 연구하는 것으로 복합 연성 물질에서 기초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둘째는 나노 인공 감각, 나노 약물 전달시스템, 나노 의약제형 등을 연구하는 치료 기술 분야이다. 청각, 시각, 심뇌자극 분야의 일체형 인공 감각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나노 인공 감각 연구이며, 전달 효과가 높으면서도 부작용이 적은 약물을 연구하는 것이 약물전달 시스템 분야이다. 또한 나노 의약제형 연구는 지금까지 약물로서 사용이 불가능하거나 체내 흡수율이 낮은 단백질 약물을 개발하는 기술이다.
그림 4) Hydroxyapatite 세라믹 표면에서 성장시킨 인간의 뼈세포. 나노 기술의 발전으로 세포의 인공적인 배양이 가능하게 되었다.
셋째는 나노 바이오 기능 소재, 나노 생체 모방 소재, 식품/화장품 나노 소재를 연구하는 소재 기술 분야이다. 나노 바이오 기능성 소재는 분자 level에서의 치료가 가능한 기능성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고, 나노 생체 모방 기술은 생체와 잘 조합되는 물질 또는 생체의 성질을 이용할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하는 분야이다. 식품/화장품 나노 소재는 화장품의 유효 성분에 대한 전달체의 개발이나 식품의 안정성, 보존성, 영양요소 등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응용 연구 분야이다.
바이오센서란 생체감지물질(bioreceptor)과 신호 변환기(signal transducer)로 구성되어 분석하고자 하는 물질을 선택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이러한 바이오센서의 응용 분야는 크게 여섯 분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림 5) 광학 집적 회로로 만들어진 평면 SPR 바이오센서의 배열 모습.
첫째, 의료용(임상적 진단)으로 혈당 측정용 바이오센서를 필두로 젖산, 콜레스테롤, 요소 등 생체 물질을 분석 진단하는 바이오센서가 개발 중에 있다. 둘째, 폐수의 BOD, cyanide, 페놀, 중금속, 농약, 인/질소화합물 측정용 바이오센서와 같은 환경용 바이오센서의 개발에 응용된다. 셋째, 식품의 잔류 농약, 항생제 병원균 등의 독성 화학물질과 관련된 식품의 안정성 분석에 응용된다. 넷째, 군용으로 생물화학적 무기의 감지를 위해 바이오센서를 사용한다. 다섯째, 산업용으로 제약, 화학, 석유화학 등의 공정에서 특수한 화학 물질의 분석에 응용된다. 여섯째, 실험 연구용으로 비교적 비싸고 크기가 큰 구조를 가지는 등 다른 바이오센서와 다른 특별한 용도와 구조를 가진다.
바이오정보학은 일반적으로 생물학 연구를 지원하는 LIMS(laboratory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s)와 생물의 작용 및 기능을 규명하는 발견 정보학의 결합이라고 일컬어진다. 포스트 지놈(genome) 시대를 맞이하여 바이오정보학은 단순한 서열 데이터의 분석을 넘어서는 개념이 되어 대량의 정보 처리 능력을 통해 유전체에 대한 연구가 가능하였으며 정보 분석 및 처리 능력에 대한 요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즉 단편화된 대량의 유전자 정보를 논리적으로 분석하여 유전자의 기능과 작용을 규명하는 과정은 지금보다 더욱 많은 정보를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요구할 것이다. 더욱이 질병의 원인과 치료 분양에서 유전 자료와 임상 자료의 결합을 목표로 하는 약리유전체학 개념을 고려한다면 향후에도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결합하기 위한 움직임은 커질 것이다.
의생명정보학은 바이오정보학과 의료정보학을 연계하는 부분이다. 바이오 정보를 의료 분야에 활용함과 동시에 의료 정보를 바이오 연구에 활용하는 것을 지원하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많은 지식 정보의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효율적으로 분석, 제공되고 있는데 의료분야도 질병 및 건강과 관련한 각종 자료를 토대로 의료 정보 체계를 구축하고 바이오 정보와 효율적인 연계를 도모함으로서 바이오 분야와 의료 분야의 연구개발 및 산업 활성화를 이루어나갈 수 있다.
80년대 이후 tele-communication 의 획기적인 발전에 편승한 네트워크 기술을 기반으로 영상 및 통신 분야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었다. 의학영상기기 역시 이러한 디지털화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현재 세계적인 수준까지 도달해 있는 반도체기술 및 전자부품기술, 정밀계측기술을 조합하여 새로운 개념의 디지털 의학영상기기를 개발하는 것은 국가경쟁력 향상과 미완숙 단계인 시장개척에 활로를 확보할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이 된다.
그림 6) AR(Augmented Reality) :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환자의 뇌를 입체 영상으로 보면서 수술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의료 영상 분야는 주로 디지털 X선, 초고자장 MRI, multi-modal 융합영상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주로 인간 뇌(Brain)의 구조와 기능을 밝혀내기 위해 널리 사용되고 있다. 현대 의학의 지속적인 발전은 뇌를 중심으로 하는 신경계에서 발생하는 각종 질환에 대해 질병 자체의 진단과 치료 면에서 많은 성과를 이루어 냈다. 그러나 뇌 신경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의 복잡성과 다양성은 아직까지도 우리가 연구해야 할 많은 부분을 남겨 놓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뇌로부터 발생하는 물리, 화학적인 신호를 영상으로 재구성하여 인간의 뇌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는 것은 구조적, 기능적인 측면에 대해서 보다 더 직관적이고 신뢰할만한 결과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나온 20세기에 인류의 문명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우리가 상상할 수 없었던 놀라운 기술 개발을 이룩하였다. 특히 의학 분야에서 인체에 관한 지식이나 질병을 다스리는 치료 수준이 놀랍게 발전하였다. 21세기는 인류의 과학 문명이 더욱 찬란한 발전을 지속할 것이며 전자 공학과 컴퓨터, 신소재 및 의학, 분자생물학 등이 접목된 바이오메디컬공학 분야의 발전은 지금의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놀라운 일들을 우리 앞에 실현시킬 것이다.
앞으로 기존의 진단이나 치료법들도 그것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나 제한 요소들이 사라져 환자들이 쉽고 안전하게 검사와 치료를 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진단장치가 더욱 발전되면 부위별 질환 유무를 종합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종합 검진 장치가 개발되게 될 것이고, 불과 몇 분 사이에 체내외의 이상이 정확히 진단되므로 자기도 모르게 질병을 안고 사는 일이 없어지게 되는 날도 도래할 것이다. 또한 이제껏 적절한 치료 방법이나 조기 진단 방법이 없었던 난치성 질환에 대한 조기 진단 및 치료에 바이오메디컬공학의 공헌이 기대된다.
그림 7) 가상현실(Vitual Reality)을 이용한 정신 질환 치료 시스템: 머리 부착형 디스플레이(Head Mounted Display)를 착용하여 가상현실을 경험하고 있다.
질환의 치료 측면에서는 효능이 높으면서도 안전한 약제의 개발로 대부분의 질병이 치료될 것이다. 부득이한 경우의 수술도 로봇이 조종하는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되어 실수나 부작용 없이 이루어질 것이다. 또한 각종 인공 장기의 개발로 손상되거나 노화된 장기를 언제나 손쉽게 대체할 수 있게 되어 인류의 수명이 훨씬 연장될 것이다. 정보화 시대인 21세기를 맞아 가정에서도 자가 진단 시스템이 여러 가지 형태로 도입되어 신체 상태에 대한 각종 정보를 각 가정에서 쉽게 측정하고 분석하여 그 결과를 환자에게 직접 알려주거나 또는 병원의 담당 의사에게 바로 보내 주는 형태의 시스템이 가능해질 것이다. 병원에서는 개인의 병력과 기타 정보를 데이터로 저장하고 전 세계의 모든 병원이 개인의 의료정보를 공유하게 됨에 따라 세계 어느 곳에 있더라도 동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것들은 단지 예측에 불과한 것이지만 오늘날 바이오메디컬공학 분야의 연구 동향이나 기술 발전 추이로 미루어 볼 때 ‘Bicentennial Man’이나 ‘AI'라는 영화에 보았던 인조인간들이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게 될 날도 머지않을 것이다. 이러한 일들을 이루는 것이 앞으로 바이오메디컬공학 분야의 연구자들이 해결해야 할 목표이며 그들에게 부과된 의무이다. 이러한 꿈들을 실현시키고, 우리나라가 ‘바이오메디컬공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에 세계적으로 기술적 우위를 차지하고, 첨단 의료기기 산업에 국가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인력의 양성과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연구 투자가 마련되어야 할 시점이다.